절감의 예술

50년 전과 똑같은 영감과 이상으로 현재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을, 포르쉐가 시도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불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줄인 스포츠카, 신형 911 R이 탄생했다.

경량 구조와 성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정을 가진 포르쉐 911 R은 4리터 박서 흡기 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해 순수한 주행적 재미까지 전해주는 스포츠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미 1967년, 포르쉐 911 R이 제작되었으며, 이는 나중에 RS와 RSR 모델의 기본이 되었다. 특히 절제된 미를 간직하면서도, 주행의 재미라는 의무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신형 911 R은 이런 측면에서 이전 모델을 능가한다.

이 순수주의 자동차 2대가 첫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포르쉐의 50년 역사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두 대의 스포츠카에 고스란히 집중되어 있다.

“제 차는 발레리나 같아요.”라며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는 포르쉐 수집가인 요한 프랭크 디릭스(Johan-Frank Dirickx)가 자신의 차를 소개한다. 그는 20대만 한정 생산된 1967년식 포르쉐 911 R의 주인이다. “포르쉐 911 R은 매우 가벼우며,놀라운 성능까지 자랑해요. 게다가 엄청나게 빠르고, 훌륭한 주행감까지 가지고 있어요.”라고 자신의 애마에 대한 설명을 아끼지 않으며, “이 차를 몰고 커브길로 들어가면, 차량 후미가 어떻게 꺾이는지 느낄 수 있고, 가스 페달로 충격을 음미하게 되죠. 한 마디로 완벽한 드리프트예요. 거기에다가 911 R은 굉장한 균형감까지 자랑해요.”라고 말했다.

911R에 탑재된 기술은 레이싱카에서와 같이 살아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기어를 넣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변속하는 동작을 느낄 수 있으며, 항상 새 단계에서 흡기 엔진 사운드의 전율이 운전석까지 전달된다. 차량 실내의 방음을 담당하는 절연물과 방음 필름은 무게 절감의 이유로 911 R에서는 생략되었다. 카본과 마그네슘으로 된 차체, 티타늄 소재로 된 배기 장치, 플라스틱으로 된 후미 및 뒷좌석의 측면 윈도우 그리고 에어컨 및 오디오 장치를 생략함으로써 차체의 무게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차는 커넥티드 카에 대한 포르쉐의 모터스포츠식 해석이에요.”라고 프로이닝거가 설명한다. 이 경우에는 운전자와 차량 간의 가장 가까운 연결, 직접적인 공감 그리고 순수주의 정신만이 중요시된다. 드릭스는 이 사실을 이전 모델인 911 R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 “1년에 두 번씩 911 R로 제대로 된 주행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사설 레이싱 구간을 빌려요. 주행의 재미는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그는 말한다.

매력적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911 R은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주행의 재미는 느끼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작은 부품을 제외하고 오리지널 상태를 그대로 잘 유지하고 있는 이 포르쉐 911 R의 가치를 350만 유로로 책정했다. 겨우 4만km 정도 주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 세계를 거쳐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드릭스의 911 R은 1967년에 빅 엘포드(Vic Elford)가 호켄하임링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할 때 함께 한 바로 그 자동차이다. 포르쉐는 그 당시 이 차를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의사에게 판매하였으며, 그 곳에서 25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후에 일본의 포르쉐 수집가가 20년 동안 이 차를 소유했으며, 잠시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다가 요한 디릭스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는 당시 현재 차량 가격의 7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을 지불했다. “차의 가치가 많이 올라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차를 마음대로 주행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렇게 비싼 차를 어떻게 마음껏 몰고 다니겠어요? 항상 쉴새 없이 ‘조심해!’ 또는 ‘너무 빨리 주행하지마!’라고 제 자신에게 되새기게 돼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스위스의 3대 산악 도로 중의 하나인 수스텐 패스(Susten Pass)의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드릭스의 발레리나는 신형 포르쉐 911 R과 함께 탁 트인 도로에서 또 다시 프리 마돈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전 모델과 신형 911 R이 듀엣으로 U자형 커브길이 많은 산악 도로를 질주할 때, 박서 엔진 사운드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커브길이 많은 산악 도로는 포르쉐 911 R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지형이죠.”라고 프로이닝어가 말한다. 특히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과 남부 이탈리아의 아풀리아에서 수천 킬로미터의 테스트 주행을 통해 조율된 섀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