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 로비 나이쉬 LDB 343

로비 나이쉬 LDB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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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나무 바닥 그리고 마력: 녹색의 창고에 로비 나이쉬는 자신의 열정들을 세워둔다. 서핑 보드와 박서 엔진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하와이에는 다양한 높이의 파도를 모두 섭렵한 파도의 황제가 살고 있다. 로비 나이쉬(Robby Naish)는 보기와 다르게 파도 밖에선 수줍음이 많은 남자다. 파도가 아닌 도로를 달릴 때, 로비 나이쉬가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는 1977년형 포르쉐 911이며, 특별한 날에는 2012년형 911 카레라 S를 선택한다.

로비 나이쉬가 반바지에 상의를 탈의한 채 물 속에 서 있다. 마우이섬 해변의 따뜻한 바닷물이 그의 발목에서 찰랑거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세계 윈드 서핑 대회 24회 우승에 빛나는 전설적인 선수 로비 나이쉬는 물이 발목까지 찬 차고에 서서 놀란 듯이 우리를 쳐다 봤다. 지난 밤 물 펌프가 고장 나서 우물이 넘친 것이다. 이곳에서 이런 일은 흔하게 발생한다.

마우이섬의 북쪽 해안 지역,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울창한 초원 지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은 정기적으로 바닥용 스퀴즈로 물을 걷어 내고, 우물이 수리될 때까지 수천 리터의 물을 화물차로 실어 날아야 한다. 코코넛, 바나나, 파파야, 레몬, 라임 나무들이 즐비하고, 태평양의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30헥타르 규모의 넓은 대지에서 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는 11년 전 아내 케이티와 함께 마우이섬의 북쪽 해안에 있는 바람과 물의 천국인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하와이에 온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기 전에 하와이의 일부를 갖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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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골함석으로 된 창고 같이 보이는 이곳은 로비 나이쉬의 차고다. 차고는 서핑과 자동차를 향한 그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의 인생 축소판과도 같다. 벽에는 말아서 잘 정돈해 놓은 돛과 서핑 보드용 행거 외에도 수많은 서핑 보드가 일렬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그 중에는 포르쉐 스폰서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퀵실버 보드도 있고, 미스트랄(Mistral) 보드 그리고 당연히 로비 나이쉬의 회사가 만든 역사적인 보드들도 있다. 서핑의 개척자인 그는 자신의 회사를 윈드 서핑, 카이트 보딩, 서핑 및 패들 보드용 소재를 만드는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4살 때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로 이사온 로비 나이쉬는 11살에 처음으로 윈드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3세가 되던 해에 최연소 윈드 서핑 챔피언으로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서핑에서는 아무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으며, 그는 훗날 카이트 보딩 종목을 개척하고, 수많은 기술적인 혁신에도 기여했다. 올해로 만 52세인 로비 나이쉬는 여전히 거대한 파도를 타는 것을 즐기고, 종종 서핑 경기에도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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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핀, 테일 핀: 챔피언의 공간 – 로비 나이쉬의 삶을 의미하는 포르쉐 두 대와 백여 개의 보드가 한 지붕 아래 자리하고 있다.

그의 창고에는 서핑 보드 소재, 트랙터, 고카트, 쿼드 2대 외에도 그의 또 다른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식 실버 그레이 색상의 911 카레라 S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차량 성능과 결합된 주행 감각적인 면에서 포르쉐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전 포르쉐가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는 디자인 무결성과 특별한 튜닝 없이도 바로 레이스 경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사랑해요. 많은 차량들은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별도로 개조가 필요하죠.”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1977년식 911 S가 있다. 아이리스 블루 색상의 차체는 태평양은 물론 푸른 하늘과 내기라도 하듯 막상막하로 빛나고 있다. 로비 나이쉬는 이 차를 1987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구매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조해 오고 있다. “이 차는 한 마디로 가짜에요. 오리지널인 부분이 없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그는 이 911에 슬랜트노즈(slantnose), 169kW(230마력)의 3.0리터 엔진(Big-Bore), 웨버 더블 카뷰레터, 레이싱 커플링, 시몬 레이싱 휠을 장착했다.

38년이 된 911의 차체가 아직도 새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차고에 잘 보관되어 있고, 또 그가 이 차를 자신의 보드처럼 잘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차량의 시동을 켜고, 창고 앞에서 잠깐 드라이브 한다. 그때 꿩 한 마리가 놀란 듯이 덤불 속에서 종종 걸음을 치며 나와 제법 자란 잔디 속으로 사라진다. 그는 지금까지 이 차를 기껏해야 6,400km 정도 탔다. 그럼 팔 생각이 있다는 걸까?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 차에 엔진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 매일 이 차 앞에 앉아 그냥 바라보기만 할 거에요.”라고 포르쉐를 향한 사랑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하지만 로비 나이쉬는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제대로 속력을 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마우이섬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여덟 개의 하와이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우이섬은 1,883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으로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크다. 하지만 레이싱카를 위한 주행 구간은 거의 없다. 고속도로가 없고, 유일한 레이스 구간은 10년 전에 없어졌으며, 시속 90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대부분 시속 55km 또는 더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 몇 군데 있는 하이웨이와 숨막힐 정도로 멋진 해안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물론 커브길이 많은 산악도로도 이 지역 주민들과 서행하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이곳에서는 절대로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고속으로 주행할 수 없어요. 하지만 두 세 개의 커브길을 방해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면, 그 사이 사이에 잠깐씩 스릴 있는 순간을 체험하면서 한 시간 정도 주행할 수도 있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큰 딸의 출산으로 이제 할아버지가 된 로비 나이쉬는 3,000m 높이의 할레아칼라(Haleakalā) 분화구까지 이어지는 37번 구간을 특별히 추천한다. “아마도 전 이 길을 일년에 한번 정도 올라가요.”라고 살짝 윙크하며, 할레아칼라 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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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하와이에 위치한 호오키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퍼의 메카다. 이 서핑 스팟은 나이쉬의 집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고장 난 우물에 신경을 쓴 탓일까? 로비 나이쉬는 갑자기 허기를 느낀다. 하지만 식사 전 우리에게 자신의 두 번째 차고를 보여 주려고 한다. 그의 911 카레라 S가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 우리를 하나 하이웨이로 안내한다. 그 후 속도를 조금 더 내며 하이쿠(Haiku) 방면으로 이동한다. 이 작은 마을에는 로비 나이쉬의 회사와 그의 자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문 앞에는 5톤의 거대한 포드 F-650가 있다. 로비 나이쉬는 오랫동안 이 차를 이용해 매일 이 근처를 다녔다. “전 트럭을 좋아해요. 근데 언제부턴가 트럭을 타고 모든 곳을 다니는 것이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거대한 몬스터 트럭 옆에서 마치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이는 블랙 색상의 쉐보레 스파크가 보드와 돛을 싣고 그의 서핑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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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옆에 끼고 즐기는 드라이브: 로비 나이쉬는 자신의 실버 그레이 색상의 911 카레라 S를 타고 호오키파 방면으로 전설적인 하나 하이웨이 위를 질주한다.

이와 반대로 눈에 확 띄는 옐로우 색상의 자동차 한 대가 차고에 있다. 이 차는 1991년식 에반스 시리즈 1(Evans Series One)이다. 미국 남동부에 있는 조지아주 스콧데일의 소규모 생산업체 존 에반스(John Evans)가 2대만 생산한 일반 도로용 레이싱카다. 하지만 그는 이 차를 아주 가끔씩만 탄다고 한다. 이는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파도를 타고, 수천 번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카메라 앞에 서 있던 세계적인 윈드 서핑 스타에게는 모순같은 이야기다. “전 수줍음을 많이 타고, 그리 사교적이지 못해요. 그리고 솔직히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차들을 보면 사람들은 저를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할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는 단지 자동차를 좋아할 뿐이라고 한다. 로비 나이쉬는 도로에 차도 없고, 그를 보는 사람도 없는 새벽 세 시경에 섬을 드라이브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로비 나이쉬가 누구도 일부러 피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하이쿠에서 분명해진다. 태양에 바랜 곱슬머리와 다크 블루 색의 눈동자,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전형적인 서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식사를 하기 위해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맥도날드식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려고 한다.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음식이 나오는 이 곳에서는 아무도 그를 일부러 돌아보지 않는다. 로비 나이쉬는 더블 치즈버거와 감자 튀김을 먹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윈드 서핑 해변인 호오키파(Ho‘okipa)로 이동한다.

구름이 낮게 뜬 하늘은 이제 조금씩 어두워지고, 거친 물과 함께 회색, 파란색, 녹색의 거친 색상 조합을 만들어 낸다. 서퍼 몇 명이 저 멀리서 서핑을 하고 있는 것 외에는 한산하다. 로비 나이쉬는 911을 도로 가에 주차하고 내려서 태평양을 바라본다. “어제 여기서 두 시간 동안 완전히 혼자 카이트를 탔어요. 물 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굉장했어요. 구름, 비, 돌풍에 백파까지 더해져 날씨가 정말 좋지 않았어요. 파도도 지금보다 세 배는 더 높았어요.”라고 설명한다. 서퍼 챔피언에게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네요.”라며, 로비 나이쉬는 웃으며 친절하게 ‘알로하’로 작별 인사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911을 타고, 복잡한 하나 하이웨이로 진입할 틈을 차분하게 찾는다.

Helene Laube
사진 Marc Urbano